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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절 100번 당하기 연습: 성장의 원동력

거절 100번 당하기 연습: 성장의 원동력
Photo by Nik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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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력이 쌓일수록 거절이나 부정적인 반응을 무서워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빠르게 실패하기>에는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능력이나 재능이 의심되면 잘하는 것만 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능력을 인정받기 위해서다. 자신의 전문성이나 능력에 의구심을 던질 만한 행동은 절대 하지 않는다.

제 얘기를 하는 것 같더라고요. 저는 개발자로 6년 정도 일했는데요. 열심히 하기도 했고 운도 잘 따라줘서 회사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자신감도 생겼습니다. 하지만, 좋은 평가를 받을수록 회사 안에서든 밖에서든 낯선 시도들을 잘 안 하게 되더라고요. 저의 부족함이 드러날까봐 무서운 것이죠.

하지만, 돌이켜보면 부정적인 반응이 예상되는 일을 했을 때 많이 배웠던 것 같습니다. 예시를 하나 들어볼까요.

  • 전직장에서 연봉 협상을 한 적이 있습니다. 기대한 것에 훨씬 못 미치는 결과를 전달받았어요. 인사팀분께 이유를 여쭤봤는데 답변이 썩 만족스럽지 않았어요. 의문이 해소되지 않았습니다. 여기서 2가지 선택지가 있었습니다. 1) 결과에 승복하기 2) 불복하고 팀 리더를 설득하기
  • 만족스러운 보상을 받을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높은 건 2)입니다. 하지만 하기 싫은 마음이 확 올라왔어요.
    "해봤자 달라질 게 있을까?"
    "부정적인 피드백을 잔뜩 받으면 어쩌지? 무서운데..."
    "나는 이런저런 점이 부족한데 그것때문인 것 같기도 하고"
    "생각해보니 내 실력이면 이 정도 보상도 괜찮은 것 같은데"
  • 하지만 용기를 내서 불복하고 리더와 이야기했습니다. 꽤 오랜 시간 동안 질문과 답변을 주고 받으면서 제가 잘하는 영역과 못하는 영역이 무엇인지, 무엇을 개선해야 하는지를 알게 되었어요. 의문점이 대부분 해소되었습니다. 결과가 바뀌진 않았지만, 어떤 식으로 일을 해야 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향성을 찾았습니다.
  • 새로운 방향성을 정하고 부족한 부분을 개선하려고 애쓴 결과 역량적으로 점프를 할 수 있었는데요. 반년 뒤에 다시 연봉 협상을 해서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었습니다.

만약 부정적인 반응이 무서워서 팀 리더와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면 빠르게 성장할 기회를 얻지 못했을 겁니다.

퇴사를 한 뒤로 잘 모르는 영역을 시도할 일이 많아졌습니다. 제가 무능하다는 걸 느낄 일이 많아졌죠. 그런데 제가 낯선 시도를 잘 못하더라고요. 부정적인 반응을 떠올리곤 시도를 주저하는 모습을 자주 발견했어요. 마치 개복치가 된 기분이랄까요. 이대로 가다간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사람이 될 것 같았습니다.

출처: 하얀사과농원님 블로그

뭔가 달라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정적인 반응에 무감각한 사람이 되어야 겠다고 결심했어요. 그렇게, '거절 100번 당하기 연습'을 시작했습니다.


거절 100번 당하기 연습

<내 인생을 바꾼 거절>에는 10번 거절당하기 연습이라는 게 나옵니다.

  • 문자 그대로 10명에게서 '노'를 듣는 것입니다.
  • 한 명에게 거절 당할 때마다 그에 관해 짧은 한 문단의 글을 씁니다.
  • 누구를 찾아가야 할까? 어떤 사람이 '노'라고 말할까? 어떤 식으로 소통해야 할까? 그 과정에서 새로운 종류의 근육들이 단련되고, 사람들이 나를 생각하는 방식과 내가 사람들을 생각하는 방식에 대해 알게 됩니다.
  • 이 연습에서 사람들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자주 '예스'라고 말한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 중요한 건 부탁하기 전과 후에 자신의 마음 상태를 계속 확인하는 것입니다. 이를 글로 남겨둡니다. 효과적인 소통 방법이 발견되면 그에 관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거절당해도 기분이 괜찮았다면 그 이유나 비결에 대해서도 데이터를 수집합니다.

같은 책에서 에밀리 윈터라는 작가의 사례가 나오는데요. 그 작가는 1년간 100번 거절당하기를 목표로 삼았다고 합니다. 일부러 실수하기에 익숙해지면 완벽하지 않은 상태에 더 만족하게 된다고 하면서요.

책에 나오는 이야기를 종합해서 저는 거절 100번 당하기 연습을 하기로 결심했습니다.

막상 해보니까 직접적으로 '노'를 들을 만한 상황은 잘 없더라고요. 거절을 넓게 정의하기로 했습니다. 부정적인 반응도 모두 거절로 보기로 했어요. 부정적인 반응이 떠오르는 상황은 많습니다. 이를테면,

  • 동료에게 피드백주기("이 사람이 나를 싫어하면 어떡하지?")
  • 내가 만든 제품을 지인에게 보여주기("별로여서 이걸 만든 나를 무능하게 보면 어떡하지?")
  • 친구들 앞에서 영어로 대화하기("내 부족한 영어 실력이 드러나면 어떡하지?")
  • 커뮤니티에 홍보 게시물 올리기("왜 이런 걸 올리느냐고 하면 어떡하지?")
  • 블로그에 글 발행하기("나의 무지가 드러나면 어떡하지?")

거절의 범위를 넓히면 거절 상황을 떠올리고 연습하기가 한결 쉬워집니다.

거절 100번 당하기 연습을 간단하게 정리해보면,

  • 1. 거절 당할(부정적인 반응이 예상되는) 만한 상황을 떠올린다. 몇 번째인지 번호를 매긴다.
  • 2. 하기 전에 드는 생각이나 감정을 적는다.
  • 3. 시도한다. 스스로 축하한다.
  • 4. 하고 나서 드는 생각이나 감정을 적는다.

이 연습을 해보면 다음과 같은 장점이 있습니다:

  • 거절을 '피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클리어해야 할 퀘스트처럼 생각하게 됩니다. 거절 당할 기회를 더 많이 찾고, 더 많은 시도를 하게 됩니다.
출처: wanderer36님의 블로그
  • 걱정했던 일이 일어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걸 깨닫습니다.
  • 부정적인 반응을 계속 마주하면서 내성이 생깁니다.

거절이나 부정적인 반응을 마주하면 불편한 마음이 들고 스트레스도 받는데요. 그런 마음이 들 때마다 시작은 허접하였으나 끝은 창대하리라(신수정님) 라는 글을 떠올립니다. 그 글에는 이런 이야기가 나옵니다.

변호사이자 아마츄어 댄서이신 한분이 오셔서 대화하던 중 이런 말을 하신다. "예전에 한 분이 제 분야에 책을 한권 냈는데 참 허접했습니다. 이에 이런 허접한 내용으로도 책을 내는구나라고 우습게 봤죠. 그런데 그 분은 이후에도 계속 책을 내더군요. 이제는 넘사벽이 되었습니다. 저는 허접하다고 우습게 보고 비판만할때 그분은 계속 발전했던 것이죠"

<빠르게 실패하기>에서 언급한 '실패하지 않는 인생'을 생각해보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 실패하지 않는 인생이란?
  • 언제나 이미 알고 있는 것만 한다 = 새로운 변화를 절대 경험하지 않는다
  • 자신 있는 일만 한다 = 가려져 있던 재능이나 흥미를 발견하지 못해도 상관없다
  • 자신이 세운 가정이 흔들리거나 잘못되었음을 입증할 행동은 절대 하지 않는다 = 당신의 제한적인 신념을 결코 초월하지 않는다
  • 자신이 전문가처럼 인정받을 일에만 발을 들인다 = 다른 사람들로부터 도움을 받거나 배움을 통한 즐거움의 경험을 놓쳐도 상관없다

불편한 마음이 들 때마다 위의 이야기를 떠올리면 용기가 생깁니다. 하다보면 익숙해질 거라는 마음으로 꾸역꾸역 연습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5월 중순부터 시작했는데 지금까지 15번의 시도를 했네요.

재미있는 프로젝트도 하나 시작했는데요. 실패가 보장(Guarantee)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실패 경험을 쌓기 위해 일단 결과를 무조건 본다는 마음으로 하고 있어요. 실패를 향해 열심히 달려나가는 기분이랄까요. 거절 연습을 하다보니 삶에 재미있는 변화가 생기는 것 같습니다.

여러분은 평소에 거절을 얼마나 마주하시나요? 거절은 여러분에게 어떤 경험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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