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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 원하는 걸 짧은 시간 만에 얻는 법: 문제해결 중심 독서법

책에서 원하는 걸 짧은 시간 만에 얻는 법: 문제해결 중심 독서법
Photo by Daria Nepriakhina 🇺🇦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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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준님의 Read Less에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저는 책에서 정보를 얻는 걸 좋아합니다. 저는 300페이지짜리 책을 다 읽는데 4-5시간 정도의 시간이 걸리는데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리다보니 "책을 더 빨리 읽을 순 없을까?"라는 고민을 늘 해왔습니다. 그러다가 3달 전 쯤에 창준님으로부터 <Read Less: 가추법을 이용해서 실용서를 읽는 방법>을 배웠습니다. Read Less를 완전히 이해하진 못했지만, 흥미로워서 3달 동안 시도해 봤는데요. 제 독서 방식이 완전히 달라지는 경험을 했습니다.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Read Less를 제게 맞는 방식으로 조금씩 수정을 했는데요. 이 방법에 익숙해지면서 이 페이지의 수와 무관하게 1시간이면 1권을 읽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기존에 4-7시간 걸리던 게 1시간으로 줄어든 거죠. 동일한 시간이 주어졌을 때 훨씬 더 많은 책을 읽을 수 있게 된 건 제게 엄청난 변화였습니다.

Read Less를 제게 맞는 형태로 조금 고친 것을 저는 문제해결 중심 독서법(POR, Problem-Oriented Reading)이라고 부르게 되었는데요.

POR로 책을 읽으면 다음과 같은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 필요한 정보가 어디에 있을지 추측하는 능력이 점점 더 좋아집니다.
  • 짧으면 30분만에 1권을 해치우게 됩니다.
  • 독서라는 행위 자체가 무척 즐거워져서 독서 시간이 늘어납니다.
  • 5-600쪽이 넘는 두꺼운 책을 마주해도 두렵지 않게 됩니다. 책을 다 읽을 필요가 없기때문이죠.

이 독서법이 만능은 아닙니다. 다음의 경우에는 효과를 보기가 어렵습니다:

  • 저는 순수한 즐거움을 위해서 소설을 읽는데요. 즐거움 자체가 목적일 때는 도움이 되지 않아요. 물론, 이 경우엔 사실 빨리 읽을 필요가 없겠죠
  •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읽고 싶은 경우에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POR: 책에서 원하는 걸 짧은 시간 만에 얻는 법

문제해결 중심 독서의 핵심은 다음과 같습니다:

  • 책을 문제해결의 도구로 사용한다
  • 완독을 지양한다. 최대한 적은 글자를 읽고 내가 마주한 문제를 해결한다.

'내가 마주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라는 관점으로 책을 읽어야 합니다. 문제 해결에 가까워지고 있는지를 계속 생각하면서 책을 읽게 될 거예요. 그리고 가능하면 적게 읽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면 좋겠죠. 하다보면 퍼즐 푸는 느낌도 들어서 꽤 재미있을 겁니다.

앞으로 세 단계로 나눠서 책을 읽게 될 겁니다.

  • 1단계: 목표 정하기
  • 2단계: 추측하며 읽기
  • 3단계: 멈추기

1단계: 목표 정하기

먼저 책을 읽는 목표를 정해야 합니다. 목표는 지금 읽고 있는 부분이 정말 읽어야 하는 내용인지를 판단할 기준이 됩니다. 다음을 생각해봅시다:

  • 책을 통해 무슨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지
  • 책을 다 읽었을 때 어떤 상태가 되었으면 좋겠는지

목표를 떠올리는 게 어렵다면 10분 정도 목차나 서론을 읽어보세요. 서론에는 책이 다루는 주제에 대한 핵심이 적혀있습니다. 서론을 읽다보면 대략적인 감이 잡히고 궁금한 부분이 생기면서 목표를 떠올리기가 쉬워집니다.

목표를 정하는 건 어렵습니다. 하지만, 계속 하다보면 점점 더 잘하게 되므로 근육을 기르듯이 꾸준히 연습을 하는 게 중요합니다.

*목표 설정이 어렵다면 제게 편하게 이메일을 보내주세요. 함께 고민해보면 여러분도 저도 많이 배울 수 있을 것 같아요. 사례들이 쌓이면 목표 설정을 집중적으로 다루는 글을 써볼 계획입니다.

[예시]
저는 최근에 <설득의 심리학>으로 유명한 로버트 치알디니의 신간인 <초전 설득>이라는 책을 읽었는데요. 책의 제목을 보면서 "설득할 때 중요한 포인트를 정리해서 설득이 필요한 순간마다 참고하고 싶다."라는 목표가 떠올랐습니다.

목표를 구체화해보고 싶어서 <초전 설득>의 서론을 읽어보니 이런 내용이 있더군요.

말하는 사람이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기 직전에 자신이 무엇을 말할지, 혹은 어떤 행동을 해야 할지를 알면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이걸 읽고나니 '설득하기 전에 어떤 행동을 하면 설득을 더 잘할 수 있나보다' 하는 생각이 들었고 목표를 조금 구체화할 수 있었어요.

목표: "설득하기 전에 해야 하는 활동을 나중에 참고하기 좋은 형태로 정리하자"


2단계: 추측하며 읽기

1. 중요한 장 고르기

목표를 정했다면 이제 글을 읽을 차례입니다. 글을 읽기 전에 다음 질문을 던져봅시다.

  • "가장 적은 수의 글자를 읽고 목표를 달성하려면, 딱 1장(Chapter)만 골라야 한다면 무슨 장을 봐야 할까?"

너무 오래 생각하지 말고 5분만 생각해보고 장을 고릅시다.

[예시]
<초전 설득>의 목차를 살펴보니 세 개의 파트로 나뉘더군요:

  • PART 1 초전 설득이란 무엇인가
  • PART 2 초전 설득 상황을 설계하라
  • PART 3 초전 설득을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

초전 설득이 뭔지는 정확히 모르지만 설득 전에 해야 하는 일련의 과정일 것 같아요. 그걸 실제로 적용하는 사례를 보면 뭘 해야 할지 감을 금방 잡게 될 것 같아요. 셋 중 하나를 고른다면 '적용'에 대한 파트인 PART 3을 읽는 게 좋겠네요.

<PART 3 초전 설득을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는 여러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 10장 최고의 결과를 내는 여섯 가지 변화의 길
  • 11장 연대감 1: 함께 존재하기
  • 12장 연대감 2: 함께 행동하기
  • 13장 윤리적 설득
  • 14장 설득의 효과를 지속하는 법

10장의 제목을 보니 "여섯 가지 변화"라는 게 눈에 띕니다. 뭔가 설득 전에 해야 하는 활동을 6가지로 나누어서 알려줄 거라는 느낌이 들어요. 이 장에 핵심이 담겨있을 것 같네요. 10장을 먼저 읽는 걸로 정했습니다.

2. 추측하기

장을 골랐으면 그 장을 다 읽었을 때 내가 무엇을 얻게 될지 추측해봅니다.

[예시]
앞선 단계에서 <10장 최고의 결과를 내는 여섯 가지 변화의 길>을 골랐고, 장을 고를 때 이미 어느 정도 내용에 대한 추측을 했는데요. 조금 더 다듬어봅니다. 설득 전에 하면 좋을 행동을 사례와 함께 설명해줄 것 같은데요. 사례를 읽으면서 중요한 포인트를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3. 내 추측이 맞았는지 확인하며 읽기

장을 실제로 읽어보면서 내 추측이 맞는지 확인해봅니다. 추측했던 것과 일치하는 부분도 있고 다른 부분도 있을 겁니다.

장을 다 읽었는데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면, 다시 <2단계의 1. 중요한 장 고르기>로 돌아갑니다. 더 많은 정보가 생겼기때문에 고르는 게 수월할 겁니다.

2단계를 정리해보겠습니다:

  • 1. 중요한 장 고르기
  • 2. 추측하기
  • 3. 내 추측이 맞았는지 확인하며 읽기
  • 4-1. 목표를 달성했다면 <3단계: 멈추기>로 이동
  • 4-2. 목표를 달성할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 <3단계: 멈추기>로 이동

[예시]

<10장>을 읽어보니 설득 전에 대상자의 마음을 열게 하는 앞선 작업을 '오프너'라고 부르네요. 상황에 따라 적절한 오프너는 다를 수 있지만 효과적으로 보편적인 동의를 이끌어낼 수 있는 원칙들이 있다고 합니다. 6개의 원칙이 있는데 상호성, 사회적 증거, 권위, 희귀성, 일관성입니다. 각 원칙을 사례를 들어 설명하네요. 운이 좋게도 제 추측과 거의 맞아떨어졌네요!

6개의 원칙을 알게 되었고 이를 쉽게 기억할 수 있는 형태로 정리했습니다. 겨우 1장을 읽었는데 벌써 목표("설득하기 전에 해야 하는 활동을 나중에 참고하기 좋은 형태로 정리하자")를 달성하게 되었어요!

이제 여기서 멈출지 다른 부분도 더 읽어볼지 결정해야 합니다.


3단계: 멈추기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다고 했을 때 멈추는 시점은 명확합니다. 마지막 페이지를 읽고 멈추면 돼죠. 하지만, 필요한 부분만 읽을 때는 멈추는 시점이 모호합니다. 정신을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어느새 필요하지 않은 부분까지 읽고 있는 스스로를 마주하게 됩니다.

언제 멈춰야 할까요? 2단계를 하다보면 둘 중 하나의 상태에 도달하게 되는데요.

1. 목표를 달성했다

  • 축하합니다! 이제 그만 책을 덮으셔도 됩니다.
  • 문제는 여기서 바로 책을 덮기가 어렵다는 것입니다. 목표를 달성하면 만족스러운 상태가 되면서 책이 좋아지는데요. "다른 부분을 읽으면 통찰을 더 얻을 수 있지 않을까?"하는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옵니다.
  • 실제로 통찰을 더 얻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 읽다보면 결국 완독을 하게 된 스스로를 마주하게 됩니다. 시간이 많이 지나있죠. 이건 우리가 원하는 게 아닙니다.
  • 책의 내용을 충분히 소화하지 못했다는 생각에 찜찜한 마음이 드시나요? 삶은 유한하고 책은 무한합니다. 책을 아까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정말 훌륭한 책이라면 지금 읽지 않더라도 어차피 나중에 다시 만나게 되어 있습니다. 그 때 다시 읽으면 됩니다.
  • 여러분이 얻은 통찰이 저자의 의도와 다르거나 다른 사람이 보기엔 잘못된 통찰일까봐 걱정되시나요? POR에서 중요한 것은 여러분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입니다. 모두에게 유용한 통찰을 찾는 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여러분에게 의미가 있는 통찰을 얻는 게 중요합니다.

2. 목표를 달성할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다

  • 안타깝지만 자주 있는 일입니다. 모든 책이 우리의 문제를 해결해주진 않습니다. 남들이 좋다고 하는 책이어도 나의 현재 상황과는 안 맞을 수 있습니다.
  • 과감하게 책을 덮고 다른 책으로 넘어가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삶은 유한하고 책은 무한하니까요.

[예시]

  • <10장>을 읽고 목표를 달성해버린 저는 딜레마에 빠졌습니다. "지금까지 읽은 내용이 다른 좋은 내용이 더 있지 않을까? 놓치면 아쉬울 것 같다"
  • 고민하다가 딱 10분만 다른 장을 더 읽어보기로 했습니다. <11장 연대감 1: 함께 존재하기>와 <12장 연대감 2: 함께 행동하기>에 뭔가 커뮤니케이션 대상자와 나와의 관계 형성에 대한 중요한 정보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읽고 싶었는데요. 10분 동안 빠르게 훑으면서 재미있어보이는 내용이 있는지 살펴봤습니다.
  • 10분을 읽어보니 기대와 달리 흥미로운 내용이 없었습니다.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이제 미련없이 책을 덮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 결과적으로 <서론/목차>와 <10장>만 읽고도 저는 원하는 것을 얻게 되었습니다. 설득할 일이 있을 때마다 정리해둔 원칙들을 읽어보고 있어요.

가장 중요한 것: 직접 해보기

POR에 흥미가 생기셨나요? 아무리 좋은 방법이라고 해도 내 삶에 적용하지 않으면 큰 의미가 없습니다. 흥미가 생겼을 때 바로 해보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지금 바로 읽고 싶었던 책을 꺼내서 시작해보세요!

재미있는 경험을 하게 될 겁니다. 생소하고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고, 오히려 잘 안 읽힐 수도 있지만, 분명한 건 새로운 무언가를 발견하게 될 겁니다.

*이해가 안 가거나 적용하다가 막히는 부분이 있으면 메일을 보내주세요. 함께 고민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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